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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미팅

장편소설 [어게인미팅]은 1998. 12. 07 ~ 2000. 04. 07까지 PC통신 천리안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전방에 군복무중인 아들 면회에 나선 그는 우연찮게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 그로부터 그들의 관계는 불륜으로 이어지면서 가슴시린 이야기가 전개된다.- 둘만의 시간을 가질 때에는 정상인이었다. 그러나 각자의 병실로 돌아가면 환자가 되어 의사의 진료를 받고 투약을 받는 등 오랜 치료를 요하는 환자로 변하여 있었다. “병각씨. 난 이 병원에서 영원히 못나갈 것 같아요. 죽어서 나간다면 모르지만...” 혜란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지난 번 간호사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나의 병은 좀 특별하데요. 망각 없인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러나 어찌 잊을 수 있겠어요? 그 일만 생..
장편소설 [어게인미팅]은 1998. 12. 07 ~ 2000. 04. 07까지 PC통신 천리안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전방에 군복무중인 아들 면회에 나선 그는 우연찮게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 그로부터 그들의 관계는 불륜으로 이어지면서 가슴시린 이야기가 전개된다.-

둘만의 시간을 가질 때에는 정상인이었다. 그러나 각자의 병실로 돌아가면 환자가 되어 의사의 진료를 받고 투약을 받는 등 오랜 치료를 요하는 환자로 변하여 있었다.
“병각씨. 난 이 병원에서 영원히 못나갈 것 같아요. 죽어서 나간다면 모르지만...”
혜란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지난 번 간호사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나의 병은 좀 특별하데요. 망각 없인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러나 어찌 잊을 수 있겠어요? 그 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을...”
혜란의 눈에서는 자책의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병각은 혜란을 끌어안았다. 아! 다시 한 번 과거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망각이 치유의 한 방법이라면 과거를 잊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혜란! 우린 과거에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맛보며 오랜 세월 살아 왔어. 불행했던 시절을 망각하지 못한다면 방법은 있어...“
병각은 이곳으로 올 때부터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혜란. 우리 같이 가자.”
“같이 가?”
혜란은 고개를 들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조금도 두려워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이 세상에 고통을 연장시키며 까지 살아갈 이유는 없다고 봐.”
“병각씨와 함께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어.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고 싶어.”
자정 무렵이었다.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었다. 간혹 가다 어느 병실에선지 미친 여자의 비명소리가 더욱 으스스하게 하였다. 몽둥이로 맞는 소리 같기도 하고, 날궂이 하는 소리 같기도 했다.
병각은 옥상으로 통하는 물탱크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혜란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꺼운 스티로폼 10여장이 벽 쪽으로 기대어 있었다. 병각은 그중 두 개를 풀어 바닥에 깔았다. 푹신하고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살짝 열린 문 사이로 보안등의 불빛이 스며들었다. 잠시 후 환자복 차림의 혜란은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왔다. 물탱크실로 들어오자마자 혜란은 병각을 부둥켜안았다. 불같은 키스가 이어졌다. 그들은 서로를 확인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들의 정염(情炎)은 용광로의 쇳물처럼 강한 기운을 내뿜어 물탱크실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거면 고통도 잠시뿐이야.”
병각은 독극물이 든 병마개를 따고 입안에 쏟아 부었다. 그리고 혜란과 입을 맞췄다.
“꿀꺽!”
혜란의 목젖으로 독극물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병각도 한 모금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리고 입안에 남은 독극물을 혜란의 입속에 혀를 통하여 주입하였다. 혜란은 병각의 상체를 끌어안으며 한 모금 더 마셨다. 병각도 남은 독극물을 삼키면서 혜란의 몸을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창자가 잘려나가는 듯한 고통이 따르면서도 서로가 부둥켜안은 팔을 놓지 않았다.
“으드득! 으드득!”
죽음을 예고하는 이 가는 소리가 문틈으로 흘러나와 병실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제14장 영원한 미팅의 일부분-
-박영래(朴永來) (1952년 5월 24일생)
-한국방송통신대학 영어학과 3학년 수학
-1994년 삶터문학 신인상 수상, 수상작 장편소설 『오작교』
-2006년 제15회 경기도문학상 수상(우수상) 『개평은 없다』
-한국문인협회 문협60년사 편찬위원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회원
-장편소설:『평행선』『오작교』『욕망의 계절』『블랙홀』『어게인미팅』『어탁』『여걸』
-중편소설:『이슬은 마르지 않는다』
-단편소설:『일그러진 초상』『흔적』『안개의 저편』『산행증후군』『그들만의 계절』 『개평은 없다』『위선의 가면』『수건 돌리기』『뻐꾸기 사냥』『체공 30초』『수면위의 연인』『신사업본부』『오인 격발』『내 성은 어디에?』『당신도 사이코가 될 수 있다』 『장례식장 가는 길』『채혈』『가시박과 황소개구리』『썩은 감자』『아버지의 월북』 『토성의 고리』『대국』『올레길의 추억』『펭귄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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